유족 동의 하에 이름과 사진 등 공개해
12월 14일 날씨가 영하 10도까지 급격하게 떨어진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 이태원광장. 오후 5시 무렵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설치가 끝나자 영정사진을 꼭 끌어안은 희생자 16명의 유족들이 보였다.
이들은 생전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식들의 영정사진을 차마 분향소 제단 위에 올려놓지 못했다. 한 유족은 “○○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라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유족은 잠시 마음을 추스르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려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참사 사망자를 추모하는 마음은 다 같지는 않았다. 분향 도중 보수단체 회원이나 일부 시민이 욕설을 퍼붓다 격분한 유족 측 관계자와 소란이 이어졌다. 소란은 유족들의 분향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종철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알리는 것은 패륜이 아니다. 추모해 달라”면서 호소했다.
유족이 동의한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 및 이름이 대중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합동분향소는 협의회가 주도해 기존 추모 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와 별도로 마련해 진행됐다. 숨진 158명 중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한 이는 76명, 이름만 공개한 희생자는 16명이다.
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사진 공개를 거부한 희생자들은 국화꽃 영정으로 대신했다. 또 다른 유족은 “왜 내 아이가 사진 속에 있느냐. 예방할 수 있던 사고를 막지 못한 한이 사무친다”라고 오열했다.
분향소를 직접 찾은 유족들은 “진짜 애도는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도 거듭 요구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며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한 합동분향소 운영에 항의하여 자체적으로 추모 공간을 준비했다. 영정과 위패 없는 추모는 제대로 된 추모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이다.
12월 16일은 참사 49일째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10ㆍ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한다.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역시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참사 현장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시민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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