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 국가인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연장근로시간을 수당이 아닌 휴가로 저축해 사용하는 제도를 도입해 근로시간도 줄이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과도한 업무량과 대체 인력이 없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주 최대 69시간제 추진…“장기휴가로 근로시간도 감축”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기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 다양화하는 게 골자다. 개편안이 실현되면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하면 일주일 최대 69시간,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최대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관련 공약이자 국정 과제였던 주52시간제 유연화는 문재인 정부가 주52시간을 급격하게 도입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일주일 단위로 연장근로를 규제하는 건 ‘근로시간=성과’가 되는 공장제의 생산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제도의 경직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급격하게 주52시간제를 도입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 약정 방식을 오남용해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편방안 발표 이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 후 일이 많을 때 집중 근로를 하면 최악의 경우 근로시간이 80.5시간(11.5시간×7일)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고용부는 극단적인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번 제도 개편이 과로로 이어질 것이란 현장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우려의 근간에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근로시간이라는 오명이 자리 잡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국가인 독일(1349시간)보다 566시간이 길고, OECD 평균(1716시간)보다도 199시간이 길다.
고용부는 “OECD 평균보다 약 39일 더 일하는 현실과 근로실태를 고려 시 ’주 단위 상한 규제‘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고, ’일하는 날‘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일률적으로 주 단위 상한을 규제하는 방식보다 휴식권 보장을 통해 ‘일하는 날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법으로 내세운 건 근로시간저축계좌제다. 이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현금만이 아니라 미래의 휴가(저축휴가)로도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수당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필요할 때 일하고 일한만큼 충분히 자유롭게 쉰다’는 문화 형성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가 꿈꾸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의 미래는 밝다. 연차휴가와 저축휴가를 결합하면 제주 한 달 살기 같은 장기휴가가 가능하고, 연장근로의 대가를 임금 대신 휴가로 사용하도록 노사 합의를 통해 선택한 것이므로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단위로 적립해 사용도 휴식·자기개발·육아 등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휴가=금전보상’이라는 연결고리를 약화시켜 휴가는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위한 것이라는 문화도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차휴가 소진율 58%…“업무량 과다·대체인력 부족”
고용부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연차 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장기휴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1년 일가족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의 연차유급휴가 소진율은 평균 5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5.3%였던 2019년에 비해 17%가량 줄어든 수치다.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이 39.9%로 가장 많았다.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23.2%, ‘연차 부여 일수가 많아서(근로자가 쓰지 않아서)’ 20.5%, ‘상급자 및 동료의 눈치’ 15.2%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규모별로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에 차이가 있었다. 5인~9인 소규모 사업체는 업무량 과다와 대체인력 부족이 45.8% 연차를 다 쓰지 못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같은 이유로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4.9%에 그쳤다.
대기업 근로자가 연차를 다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30.8%) 때문이었다. 근로자가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했으면 회사에 연차 미사용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연차 미사용 수당은 1일 통상임금 × 잔여 연차다.
즉 연차를 다 쓰지 않은 대기업 근로자 3명 중 1명은 연차를 쓸 수 있음에도 돈을 더 받기 위해 연차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5~9인 사업체는 금전 보상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6%에 불과하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의 입김도 강하고, 주52시간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대기업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 유연화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결국 소규모 하청기업 등 대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활용 대상이 될 것이고, 근로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식 장기휴가 꿈꿨지만…“문화적 차이 커 활용도 낮을 것”
정부가 꿈꾸는 장기휴가가 유럽에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장기 휴가로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인들에게 휴가는 노동을 위한 재충전 이상의 의미다. 프랑스는 주 5일 35시간 근무, 연간 5주의 유급휴가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연차, 공휴일, 주휴일 등을 망라해 1년 가운데 145일이 휴일이라고 한다.
휴가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여름휴가 기간이다. 프랑스는 근로자의 60%가 여름에 휴가를 떠난다. 7월과 8월, 대부분의 상점과 시설들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개월 이상 영업을 중단한다. 프랑스 국민은 여름기간 휴가를 즐기기 위해 나머지 기간 동안 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근로자가 부여받은 휴가 모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급 연차휴가 미사용에 대한 보상비 지급을 법률로 금지한다. 35시간 근무제 도입에 의해 임금 소득이 하락한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를 포기하는 대신 보상비를 수령하는 사태를 방지한다.
정 교수는 “유럽은 임금의 두 배를 지급한다고 해도 잔업 근무를 하려 하지 않고, 저녁을 가족과 먹고 친구와 대화하는 걸 의미 있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휴식이 필요할 때 짬짬이 휴가를 쓰는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장기간 휴가 시 대체인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없는데다, 정부가 기업의 휴가 정책에 개입할 수 있지도 않다”며 “제도의 기반이 마련돼도 실제로 활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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